"제주메밀"을 아시나요?
봄과 가을, 제주 곳곳에 돌담 안으로 가득 핀 작고 하얀 메밀꽃밭은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가는 포토존으로도 애용되고 있는데요.
예쁜 메밀꽃 말고도 메밀은 제주의 대표적인 작물로 옛 제주음식, 오래된 설화, 사람들의 삶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제주메밀은 재배면적이 전국의 43퍼센트에 이르는 대표작물인데요.
과거에는 산모가 출산하면 피를 맑게 한다고 메밀을 먹기도 했고, 제주인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먹거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건강한 맛과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많다고 알려져서 메밀냉면, 메밀차, 크레페,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유명한 냉면 전문점에서는 제주의 광평리 메밀만을 선호하는데요.
제주메밀의 맛과 신선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도정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전국 어느 곳의 메밀보다 신선할 수밖에 없는거죠.
우리는 '한라산아래첫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메밀 농사를 짓고 메밀음식을 만드는 광평마을 주민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서 중요한 두 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메밀 재배 면적이 제주가 가장 높음에도 '메밀' 자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제주의 메밀은 논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화산섬 제주에서 아주 중요한 작물이었습니다. 옛 제주음식 중에 메밀이 들어간 레시피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죠.
두 번째 이야기는 이 마을을 메밀로 살려낸 이야기입니다. 한라산 아래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마을, 광평리는 한 때 청년이 모두 떠나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마을 청년들은 고민했고 불안에 휩싸였죠. 어떻게 하면 고향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 매거진 <사름 Sarm> 4호에 담긴 ‘한라산아래첫마을’
해발 500미터 광평리는
15가구가 살아가는 자그마한 마을이었습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사람이 찾기 힘든 이곳은 점차 사람이 떠나고 남아 있는 이들은 나이 들고 있었죠. 어느 날 마을에서 조금 젊은 40~50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했습니다.
“몇 십 년 후에 고향이 사라지면 어쩌지?”
고향이 사라진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 그 밤의 대화는 광평리를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사라지면’이 ‘살아지게 하려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밤을 지새워 함께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중산간을 밝히는 반딧불이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한 불빛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예로부터 제주 사람을 먹여살린 메밀 농사를 짓고 그 수확한 것으로 먹거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 일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심기 시작한 메밀은 지금 이 마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제주에는 광평리 말고도 곳곳마다 메밀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많이 있습니다.
탐라이프 x 제주메밀
- 우리가 먼저 알아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제주인의 삶(life)라는 의미를 담은 탐라이프 뉴스레터를 발행하게 됐어요.
<메밀 뉴스레터 모아보기>
지속가능한 농업과 건강한 밥상을 위해
제주도의 원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제주 음식 매거진
<Local Food: JEJU memil>은 제주도의 원물을 소재로 한 로컬푸드 매거진입니다. 이 책에서는 국내산 식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고 농부의 정성이 작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 식재료가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다룰 원물은 국내 재배면적이 43%로 가장 많은 제주메밀입니다. 메밀로 주민의 생계를 이어가는 광평리 마을, 100% 메밀로 만든 냉면, 보성시장에서 제주 전통음식 빙떡 만드는 할머니 그리고 제주메밀만을 고집하는 서울의 냉면 전문식당에 이르기까지… 제주메밀을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앞으로도 <Local Food>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건강한 밥상을 위해 제주도의 원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제주 음식 매거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Origin 제주인의 척박한 삶에서 시작된 메밀
제주는 지금으로부터 일만 년 전 거문오름에서 비롯된 거대한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화산 섬이다. 들끓는 용암은 거문오름에서 가장 활발한 청년기를 거쳐 바다까지 흘러가며 독특하지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형성했다. 바다에 이르렀을 때 힘이 약해진 용암은 인간의 노년기를 닮았다. 그리하여 서서히 굳으며 물결무늬를 이룬 돌의 지면은 일만 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는 용암의 흔적이다.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주변에는 바람 따라 이동한 흙이 쌓였다. 생의 신비가 자리 잡은 이곳에 동식물이 살기 시작하고 사람 또한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제주인은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세월 힘겹게 농사 지으며 생활했다. 제주인이 수확한 작물 중에 메밀은 그 재배면적이 전국 43%를 차지한다. 메밀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구전에 따르면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고려 말, 중국 원나라의 지배를 받을 때 탐라국(당시 제주도 명칭)에 원나라 관료가 메밀을 전해줬는데, 그 이유가 제주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시에는 메밀이 소화가 잘 안 되고 독성이 있는 작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메밀은 식이섬유, 단백질, 루틴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특히 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곡식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도정이 잘 안 된 속껍질을 같이 갈아서 먹어서 소화가 잘 안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혜로운 제주인은 그러한 메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척박한 땅에서 길러내 배고픔을 달랬다. 결과적으로 원나라 관리의 의도와는 달리 메밀은 제주에서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가 되었다. 특히 논농사가 힘겹고 돌이 가득한 제주에서 메밀은 환영받는 작물이다.
Contents
"제주메밀"을 아시나요?
봄과 가을, 제주 곳곳에 돌담 안으로 가득 핀 작고 하얀 메밀꽃밭은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가는 포토존으로도 애용되고 있는데요.
예쁜 메밀꽃 말고도 메밀은 제주의 대표적인 작물로 옛 제주음식, 오래된 설화, 사람들의 삶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제주메밀은 재배면적이 전국의 43퍼센트에 이르는 대표작물인데요.
과거에는 산모가 출산하면 피를 맑게 한다고 메밀을 먹기도 했고, 제주인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먹거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건강한 맛과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많다고 알려져서 메밀냉면, 메밀차, 크레페,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유명한 냉면 전문점에서는 제주의 광평리 메밀만을 선호하는데요.
제주메밀의 맛과 신선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도정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전국 어느 곳의 메밀보다 신선할 수밖에 없는거죠.
우리는 '한라산아래첫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메밀 농사를 짓고 메밀음식을 만드는 광평마을 주민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서 중요한 두 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메밀 재배 면적이 제주가 가장 높음에도 '메밀' 자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제주의 메밀은 논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화산섬 제주에서 아주 중요한 작물이었습니다. 옛 제주음식 중에 메밀이 들어간 레시피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죠.
두 번째 이야기는 이 마을을 메밀로 살려낸 이야기입니다. 한라산 아래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마을, 광평리는 한 때 청년이 모두 떠나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마을 청년들은 고민했고 불안에 휩싸였죠. 어떻게 하면 고향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건강한 밥상을 위해
제주도의 원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제주 음식 매거진
<Local Food: JEJU memil>은 제주도의 원물을 소재로 한 로컬푸드 매거진입니다. 이 책에서는 국내산 식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고 농부의 정성이 작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 식재료가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다룰 원물은 국내 재배면적이 43%로 가장 많은 제주메밀입니다. 메밀로 주민의 생계를 이어가는 광평리 마을, 100% 메밀로 만든 냉면, 보성시장에서 제주 전통음식 빙떡 만드는 할머니 그리고 제주메밀만을 고집하는 서울의 냉면 전문식당에 이르기까지… 제주메밀을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앞으로도 <Local Food>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건강한 밥상을 위해 제주도의 원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제주 음식 매거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제주는 지금으로부터 일만 년 전 거문오름에서 비롯된 거대한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화산 섬이다. 들끓는 용암은 거문오름에서 가장 활발한 청년기를 거쳐 바다까지 흘러가며 독특하지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형성했다. 바다에 이르렀을 때 힘이 약해진 용암은 인간의 노년기를 닮았다. 그리하여 서서히 굳으며 물결무늬를 이룬 돌의 지면은 일만 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는 용암의 흔적이다.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주변에는 바람 따라 이동한 흙이 쌓였다. 생의 신비가 자리 잡은 이곳에 동식물이 살기 시작하고 사람 또한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제주인은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세월 힘겹게 농사 지으며 생활했다. 제주인이 수확한 작물 중에 메밀은 그 재배면적이 전국 43%를 차지한다. 메밀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구전에 따르면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고려 말, 중국 원나라의 지배를 받을 때 탐라국(당시 제주도 명칭)에 원나라 관료가 메밀을 전해줬는데, 그 이유가 제주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시에는 메밀이 소화가 잘 안 되고 독성이 있는 작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메밀은 식이섬유, 단백질, 루틴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특히 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곡식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도정이 잘 안 된 속껍질을 같이 갈아서 먹어서 소화가 잘 안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혜로운 제주인은 그러한 메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척박한 땅에서 길러내 배고픔을 달랬다. 결과적으로 원나라 관리의 의도와는 달리 메밀은 제주에서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가 되었다. 특히 논농사가 힘겹고 돌이 가득한 제주에서 메밀은 환영받는 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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